샛별이와 밤 산책.
샛별이 녀석 오늘 새벽에 어찌나 잠자는 나를 괴롭히는지..
잠결에
녀석의 궁뎅이를 때려 주기도 하고
홍당무를 두어번 던져 주다가
결국 녀석이 보이지 않는 거실 탁자위로 홍당무를 올려놓았다.
이젠 얌전해 지겠지 했는데
녀석이 내가 자고 있는 이불속까지 들어와 킁킁거리고 이리 들어왔다가 저리나가고
왔다리 갔다리....에구 정신없어...;;
그래서 결국 홍당무를 던져주고
소리쳐 야단치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아보았지만...
벌써 잠은 저만치 달아나 버렸다.
아직 새벽6시도 안되었는데...;;
그렇게 이 엄마의 잠을 방해했던 녀석이
낮엔 비실비실 밥도 달라지도 않고 이리저리 옮겨가며 잠을 자더니만
해가 지고 어두워져 불을 하나 둘 켜고
한참 밤이 깊어지려는 밤 11시가 되니...
돌연 나가자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짖어 엄마의 눈을 끌어 당겨 일어나게 하더니만
무조건 현관쪽으로 향하는데...
안된다고 안된다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막무가내 똥고집을 피워대서
그만 이 엄마가 지고 말았다.
에구 질긴넘...;;
나가는 김에 담아 둔 음식물쓰레기 봉투 들고
혹시 모르니 지갑도 챙기고
녀석의 볼일 처리용 휴지도 단단히 챙기고
쌀쌀하니 외투도 걸치고 녀석도 티셔츠 하나 입히고
핸폰이랑 심심풀이용 카메라도 챙겨 녀석을 앞세워 나섰다.
샛별녀석 어찌나 좋아 흥분했던지
쩌렁거리며 멍! 짖는다.
샛별아 그렇게 좋아?
어슬렁어슬렁 녀석의 뒤를 졸졸 따라 다니다 보니
언덕을 내려와 희원이가 공부하는 독서실 근처
한련화 곱게 핀 죽집에 도착.
드뎌 사진으로 담아 봤다.
10포트 넘게 합식했다는 한련화가 어찌나 탐스러운지
지나칠때마다 눈길을 사로 잡는다.
촛점을 맞추기가 힘들다.
요즘들어 시력이 떨어짐을 느껴서 더 그런듯..
전에는 저 안에 올챙이가 있었는데
금방 다 커서 양재천에 풀어주었다고 한다.
예쁜 꽃 몇가지로 가게앞이 주위와 동떨어진 다른 세상이 돼있다.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데 뭔가가 휙 촛점안으로 들어온다.
우리 샛별양...^^;;
조기를 열심히 냄새 맡더니 오줌 몇방울....;;
아무도 없는, 특히 주인이 없는 밤이라 다행이다...^^;;
제 볼일을 다 본 모양인 샛별이 엄마가 뭘하나 잠시 살펴본다.
우리 희원이가 학원 끝나고 들러서 공부하고 있는 독서실 건물.
오늘부터 열심히 하겠다고 하더니만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하나 보다.
우린 가끔 희원이가 고3 수험생이라는것을 잊는다.
도움이 안되는 가족들....
감기가 잔뜩걸려 목이 아프다가 어젠 코를 열심히 풀고 오늘은 목까지 잠겨있던데...
학원 마중을 깜빡 잊은 아빠가 원망스러운지 목소리가 밝지 않았던 희원이.
얼른 시간이 지나가야할텐데....
독서실이 끝나는 1시까지 있을텐데
기다리기에는 너무 시간이 많이 남아 그냥 돌아오기로 했다.
혼자서 벌써 저만큼 냉큼 가버린 샛별이.
저렇게 가다가 한번씩 엄마를 돌아본다.
그러다 너무 멀다 싶으면 다시 돌아와 왕왕 짖어 엄마를 재촉하기도 한다.
밤엔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자신이 더 자유롭고 편하게 다닐수 있다는것을
샛별인 아주 잘 아는 모양이다.
낮에 나왔을때하고는 사뭇 다른 행동들을 많이 보여 준다.
훨씬 자유롭고 편해 보이고 긴장도 많이 늦춘 채 아주 신나 한다.
엄마는 아픈 언니를 뒤에 두고와서 발이 안 떨어져 절로 느릿해지는데
오늘따라 무척 재빠른 샛별이.
심지어 오늘은 재촉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미리 현관 앞으로 직행해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에구.. 볼일을 마쳐서 배가 고픈 모양이다.
그래, 얼른 가서 발 닦고 얼굴 닦고 밥 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