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와 불량 엄마
신기하게도 두 마리의 토종닭이 동시에 20여일 동안
꼼짝않고 알을 품어 병아리들이 태어났다.
암컷이 검정오골계 5마리와 토종닭 4마리인 우리 닭들이 낳은 계란을 품었던
어미닭은 8마리의 토종닭병아리와 검정오골계병아리를,
이웃의 백봉오골계의 계란을 품었던
어미닭은 11마리의 흰 백봉오골계병아리를 부화시켜
졸지에 두 대가족이 생겼다.
처음엔 병아리들도 어미들도 제 어미나 자식을 구분 못하는듯 했지만
시일이 지나니 이젠 확실히 제어미와 형제, 제자식을 구분한다.
어쩌다 병아리들이 섞이면 제어미한테 가려고 부단히 노력하곤 하고
어미도 제 자식이 아닌 녀석이 섞이면 당황한 녀석을 살짝 쪼아 혼내는 눈치다.
몇 주를 어미들의 보살핌에 자란 병아리들은 건강하고 씩씩하게 많이 컸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토종닭병아리의 어미가 조금 달라진 눈치다.
자식들이 밑에서 어미에게 오고 싶어 안달을 해도 혼자 높은 횟대에 올라 앉아 있거나
어미를 따라 횟대에 기를 쓰고 올라 앉은 병아리들도 어쩔땐 슬쩍 부리로 밀어내
떨어뜨리기도 하더니
급기야 며칠전부턴 알을 낳기 시작했다.
밤이면 어미품에서 자고 싶어 어미가 앉은 횟대를 오르려
작은 몸으로 무수히 점프를 시도하는 아기들은 아랑곳 않는 불량 어미에 비해
흰 백봉오골계의 어미는 여전히 처음처럼 병아리들을 알뜰히 살피고 품는 착한 어미다.
문을 열어주면 작은 마당에 아기들을 데리고 나와 조심스럽게 발을 떼며
그들의 말로 뭔가를 가르치는 착한 어미는
먹을것을 주어도 먹지 않고 떨어뜨려 아기들이 먹도록 한다.
그 모습에 우리는 너무 기특하여 아기들뿐만 아니라 어미도 먹을수 있게
뭐든 더 충분히 주게 된다.
손바닥 만한 마당이지만 안전하기에 나오는것을 너무 좋아하는 착한어미와 병아리들을
우린 매일 먼저 문을 열어 산책을 시킨다.
착한 어미는 너무 순해서 불량 어미에게 이기지 못하기에
절대로 함께 두지 않는다.
사나운 불량어미는 인정사정없이 착한 어미를 공격하기 때문.
착한 어미는 마당에서 흙을 발로 헤치며 먹이를 찾는법을 가르치기도 하고
뭔가 먹을것이 있으면 아기들을 불러 먹게 한다.
철망으로 둘러졌지만 근처에 큰 닭이나 우리 삐약이 친구들이
가까이 접근하면 자기 아기들을 헤칠까봐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하며
늘 주위를 경계하는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든든한 어미다.
병아리들은 쑥쑥 커가는데 언제까지 어미와 함께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얼굴도 순한 착한 어미.
어제는 망 밖으로 나오게 했더니 아기들을 잘 데리고 다니며
풀을 뜯어 먹게 하고 근처를 조금 다니더니
한 마리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데리고 무사히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정말 기특한 녀석이다.
백봉오골계 병아리와 어미가 충분히 바깥에 있다가
스스로 들어가면 문을 닫고 옆 집의 토종닭병아리와 어미의 집 문을 열어준다.
열자마자 쏜살같이 튀어나오는 어미와 병아리들.
토종닭병아리는 백봉오골계병아리보다 이틀 먼저 태어난데다
워낙 건강한 편이라 훨씬 덩치가 큰 편이고 발육도 훨씬 빠른듯 하다.
녀석들은 밖으로 나오면 날개를 펴며 쏜살같이 달리기 부터 한다.
어미가 가르치지 않아도 여기저기 기웃대며 열심히 활발하게 움직인다.
비록 백봉오골계 어미처럼 살뜰히 보살펴 주지 않지만
아기들은 어미의 근처를 맴돌며 어미의 눈치를 살핀다.
밤에 잘 때 아기들을 품어 주지 않고 홀로 횟대에 올라 자는것 뿐만아니라
먹을것을 주어도 아기들에게 양보는 커녕 먼저 꿀꺽 먹어버리기 일쑤라
불량엄마가 불리우게 된 통종닭병아리의 어미.
그런 어미라도 어미기에 늘 엄마 주위를 맴돌며 엄미의 행동을 쫓아하는 병아리들.
얘네도 밖으로 나오게 했더니 낯선 바깥에서 어미는 아기들을 책기지도 않는 눈치.
다행히 그런 어미라도 병아리들이 똘망똘망 열심히 쫓아다닌다.
그러나 병아리 한마리가 낙오가 되어 삐약삐약 빽빽 울어대도 신경도 않쓰는 어민지라
낙오된 병아리를 간신히 잡아 안에 넣어줘야 했다.
슬슬 어미로부터 분리시켜야 하는것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