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자에 콩나물 키우기
여러가지 방법으로 콩나물을 키웠었다.
처음엔 바구니가 걸쳐 있는 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통.
바구니 밑에 빈 공간이 있어선지
성장이 매우 빠른 편이어선지
바구니 틈사이로 뿌리가 엉키기 일쑤다.
그래서 도자기로 만든 재배기를 샀다.
그것도 담은 통을 하루에 한 번 들어서 세척하는 일이
귀찮기도 하고 물도 오염이 금새 되어 찝찝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콩나물콩이나 약콩이 신선한것을 구하기가 어려워
마트에서 산것은 불량이 많아
겉은 멀쩡한데 움트지도 않고 계속 물에 닿아 썩어서
콩나물 전체를 오염시키기 일쑤.
양평에 약콩을 키우고 싶어도 콩류는 산새들의 먹이로
없어지기 때문에 불가능.
그렇다고 닭장처럼 콩장을 만들수 없고..
그렇게 콩나물 키워먹기를 포기했는데
우연히 주전자에 키우는것을 보게되어
한번 따라해 보기로 했다.
약콩은 늘 구비 되어 있다.
저녁에 씻어 물에 불려 놓는다.
옛날 시어머니께서는 늘 겨울이면
윗목에 콩나물 시루를 앉혀 두셨다.
날이 너무 따뜻하면 실내에서 제일 시원한 편인
욕실로 옮겨 놓으셨다.
콩나물을 그렇게 추운 겨울에 실내에서 키운 이유는
겨울이 아닌 계절에 키우면
성장은 매우 빠른데 비해 물을 더 자주 주지 못하여
잔뿌리가 많고 가늘고 길어지며 좀 질기 때문.
그래서 추운 겨울 따뜻한 실내의 시원한 장소에서 키우는게 좋다.
하룻밤 물에 불렸다가 다음날 아침 물을 따라 냈다.
이때부턴 깨끗한 물로 헹구어 따라내는 것을
자주 반복해 준다.
불린 콩이 물에 계속 잠겨 있으면
숨을 쉬지 못하고 익사하여 싹은 커녕 그냥 썩어버린다.
주전자에 앉히니 위로 물을 주고
꼭지로 따라내기만 해서 아주 편리한데
물을 따라내는 과정에서 콩이 절로 움직여 지게 되어
작은 싹들이 잘라지기 쉬운것이 단점이다.
그렇게 하루를 지나 다음날 보니 요렇게 싹이 많이 났다.
역시 콩의 상태가 썩 좋지는 않다.
발아가 안되는것이 꽤 많다.
고루 잘 발아가 되어야 콩나물이 깨끗해 진다.
어떤 이는 서리태 같은 큰 콩으로도 하던데
한 번 시도해 보고 싶다.
그나 저나 좋은 콩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어머니 생전엔 직접 키우신 콩나물 콩을 해마다 주셨는데..
홀로 되신 아버님은 이젠 밭농사는 완전 접으셨다.
처음엔 뚜껑을 열어 두었더니
초파리가 생기는듯 하여 뚜껑을 닫아 두었다.
대신 꼭지 쪽은 늘 열어 둔다.
콩나물뿐 아니라 녹두도 저렇게 키우면 숙주가 되는데
몇 배 더 빨리 잘 자란다.
불량 콩들이 꽤 많이 섞여 있다.
괜시리 오염된 손으로 뒤적여 싹이 상할까 싶어
그냥 둔다.
하룻밤 더 지나 오늘 아침.
몇 시간 만에 꽤 많이 자라 있다.
폭풍 성장이다.
물을 자주 헹궈줘야 할듯.
쉬운듯 어려운 콩나물 키우기를
낭패를 보면서도 계속 하는것은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제 아무리 값비싼 고급 콩나물,
간혹 직접 재배했다고 파는 콩나물도
이렇게 직접 키운 콩나물의 고소한 맛을 내지 못하기 때문.
거기다 콩의 원산지를 따질 필요도 없고
다른 몸에 않좋은 첨가물을 사용했는지도 따질 필요도 없기 때문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