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 병아리 삐약이
양평 집을 짓고 남편은 닭, 오리, 거위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어렸을때의 로망이었는지
남편의 형제 모두 의기투합해서 폐목재로 닭장을 만들고
수탉 1마리와 암탉9마리를 키운지 두 달이 넘어간다.
그런데 막내 시동생이 그때부터 병아리 부화를 집에서 시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3알 부화기를 샀지만 나중엔 아예 부화기를 만들어서.
지인에게 청계알을 얻어 부화를 시도한 끝에
최초로 2마리를 성공 했지만
온도 조절을 못해 출근한 사이에 죽어버렸다고 한다.
곧이어 두 번째 시도 끝에 1마리 성공.
조심히 2주간을 키우다 드디어 양평으로 가져 왔다.
흔히 알고 있는 노란 병아리가 아닌 회색의 청계 병아리다.
시동생의 보살핌으로 2주간을 보내선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고
심지어 부르면 날개를 퍼덕이면서 달려 오기까지 한다.
똘망똘망한 눈에 호기심이 잔뜩이라 여간 귀여운게 아니다.
활동성도 좋아 아주 활발하다.
낮에는 모기장으로 만든 바깥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고
해가 지면 상자에 넣어 안으로 들여 오면
신문지를 깔아준 상자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잔다.
TV소리등 사람들이 내는 생활소음이 익숙한지 안심하고 잘 자는 눈치다.
며칠을 반복했더니 해질녘이 되면 상자를 찾아 들어 가고
삐약삐약 시끄럽게 울어댄다.
아마 들어가야 한다는 메세지리라.
며칠 집을 비울 일이 생겼을땐
화장실에 불을 켜고 작은 창을 열어 두고
바닥 전체에 신문지를 깔고
모래상자와 모이통, 물통을 넣어 주었다.
돌아오니 기특하게도 아주 잘 지내고 있었다.
앞마당은 우리집때문에 제일 먼저 그늘이 지는데
자기 집 근처에는 풀이 별로 없어 심심해 하는 녀석을
강아지처럼 데리고 가니 풀들 사이에 벌레를 잡아 먹느라 분주하다.
처음 왔을때 거처 때문에 고민하다 닭장에 한 번 넣어줬었다.
큰 닭들이 녀석을 공격하거나 하진 않지만
녀석은 매우 당황 했는지 자꾸 닭장 그물망으로 머리를 부딪히며 나오려 애쓰는것을
우리 희원이가 얼른 데리고 나왔다, 무서워 하는것 같다며.
그래서 만들어준 모기장 임시거처.
아이들이 어렸을때 병아리를 집에서 키운적이 있는데
우리가 없는 사이에 까치의 공격을 받아 다친 경험이 있어
녀석의 몸을 안전하게 숨길 보호처는 저렇게 막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전의 그늘이 곧 걷히면 뜨거운 햇볕.
뒷쪽이 전부 그래서 어디 피신할 곳도 마땅치 않다.
처음엔 그늘을 찾아 옮겨 줬는데
번거롭기도 하고 녀석도 혼란 스러울듯하여
그냥 한 자리에서 궁리끝에 신문지로 모기장 천정을 감싸 그늘을 만들어 줬다.
문을 항상 조금 열어 놓은 상태라 그늘일땐 마음껏 들락날락 하던 녀석이
해가 들면 밖으로 나오는것을 삼가고 그늘진 안에서 활동한다.
큰 닭들과 함께 지내게 하기도 뭐해 닭장 옆에 병아리용 닭장을 작게 더 만들기로 하면서
남편은 양평장에서 녀석의 친구가 될 청계 병아리 4마리를 한마리에 만원씩 주고
4마리를 색깔 별로 사왔다.
우리 삐약이 보다 약간 더 큰 듯하다.
청계가 저렇게 여러가지 색깔인줄 처음 알았다.
새로 온 녀석들은 어찌나 겁이 많은지 구석만 찾아 겹겹이 몸을 겹쳐 숨기 바쁘다.
모이와 물을 줘도 소스라치게 숨기 바쁜 병아리들이 너무 불쌍하고 안스러웠다.
태어나 줄곧 어떤 취급을 당했을지 짐작이 간다.
장사꾼들은 병아리를 들때 조심성이라곤 눈꼽만치도 없이
뒷다리 하나를 잡아 쭉 잡아 들고 휙 던져 내려 놓는다.
양평장엔 늘 차에 싣고 다니는 동물 장사꾼이 있는데
좁은 상자안에 빼곡히 들어 있는 병아리와 닭, 강아지....;;
심지어 어떤 장사꾼은 아주 어린 강아지를 양파망에 담아 놓기도 한다..;;
불쌍하고 눈 뜨고 볼 수가 없어 난 그 근처로 가까이 가지 않는다.
그렇게 있던 녀석들이니 새로운 환경이라도 낯설고 무섭기만 할테지...
다행히 녀석들은 하루가 지나니 이렇게 나와 돌아 다니기도 한다.
그란데 인기척이 가까워지면 얼른 좁은 상자안으로 들어가 뭉쳐 있다.
그래도 그 중 한 녀석은 적응이 좀 되었는지
살금 조심스럽게 나와 본다.
우리 삐약이는 생전 처음본 친구들이 낯선지 역시나 잘 어울리질 못한다.
혼자서 주위를 돌아다니기 일쑤고
해가 들어 안에 있을때도 구석에 있어 찾아야 한다.
그러다 내가 가까이 가서 삐약아 부르면
이렇게 조르르 나온다.
어쩔땐 내 무릎 위로 날아 오르기도 한다.
귀엽긴 하지만 똥을 쌀까 조금 걱정이 앞선다...^^;;
몸이 자라고 있어선지 날개깃이 간지러운가 보다.
그래 어서어서 자라 큰 언니 닭들과 어울려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렴.
사실 삐약이는 아직 암컷인지 수컷인지 모른다...^^;;
내가 가까이 가면 반가워 달려오는 삐약이와 대조적으로
숨기 바쁜 새로온 4총사.
삐약이랑 사이좋게 잘 지내라..
알아 듣지 못하지만 꼭 한마디씩 말하고 만다.
생명이란 무엇인지, 아니 운명이란 무엇인지
재네들은 왜 닭이라는 미물로 태어났을까...
볼 때마다 안스런 생각이 든다.
부화기로 태어나 엄마도 모르고 엄마의 돌봄도 받지 못하고
그야말로 홀홀 단신..
어쩔땐 삐약이 한테 나도 모르게 엄마 어쩌고 하며 엄마 노릇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삐약이도 그 비슷하게 여기는지
앞마당에 데려 갔을때 내가 잡초를 뽑으려 호미질을 하면
얼른 달려와 내 호미 끝을 쫀다.
마치 어미닭이 발견한 먹이를 아기가 응석 부리듯 먹는것 같다.
나는 먹을것이 아니라 좀 미안했었다...^^;;
우리 삐약이가 혹시 자기보다 크고 많은 애들에게 따돌림이라도 당할까 자주 들여다 보게 되는데
오전엔 밖으로만 돌던 녀석이 제법 안에서도 파리를 쫓아 달리는등 여전히 활발하다.
다행이다.
내가 가까이 와서 그런지 모이를 헤쳐가며 요란스럽게 먹는 우리 삐약이.
어제는 저녁이면 상자안을 찾아 들어가 삐약거리는 삐약이를 안에 들여놓으면서
신입 4총사도 함께 실내 임시거처 신문지 깐 현관에 들였었다.
남편은 며칠내로 병아리장을 완성해서 녀석들을 이주시킬 예정이다.
아직은 밤에 쌀쌀한데 무리가 안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