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석잠, 호두나무, 머위
돌을 고르고 이랑을 만들어 모종 100개를 심은 초석잠.
돌을 엄청 골라내도 여전히 돌이 많음에도
초석잠은 기특하게도 잘 살아 있다.
엄마랑 큰언니, 작은언니, 나, 남편 모두 다섯명이
하루종일 뙤약볕에서 돌을 골라내니
보다 못한 목수 아저씨가 돌이 있어야 잘 자란다고 하셨다.
그것도 옳으신 말씀 같아서 굵은 돌들만 골라냈다.
그래도 이렇게 보니 마치 돌 많은 황무지에 심어 놓은것 같다.
초석잠은 골뱅이 모양의 뿌리를 먹는 것인데
치매예방에 좋고 기억력도 향상 시킨다니
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신 충격을 아직도 못 벗어나신 엄마에게 아주 좋을것 같다.
잘자라서 많이는 아니더라도 수확의 기쁨을 주기를 기대해 본다.
남편과 애기 호두나무.
경상도에서 추자라고 불러서 시댁에서 처음 들었을때
뭔지 몰라 어리둥절 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남편은 호두나무라기보다 추자나무라고 부른다.
언니들은 옛날의 나처럼 알아 듣지 못했다.
작은 묘목이 저렇게 컸다고 남편의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특한 추자나무다.
동글 동글 예쁜 머위.
함양 시어머니의 산소 부근에서 한뿌리 캐어와
지금 집을 짓고 있는 아랫땅 언덕에 심었다가
집을 지어야 하기에 이리로 옮겨 심었다고 한다.
머위 잎은 맛이 매우 써서 나는 못 먹지만 남편은 워낙 자라면서 즐겨 먹던거라
엄청 좋아한다.
머윗대를 다듬어 들깨를 갈아 함께 끓여 주시던 시어머니가 생각난다.
촌부의 아내고 배운것도 없지만 정말 현명하시고 총명하셨던 어머니.
생전엔 몰랐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더욱 그리운 분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어려움도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아주 현명한 조언을 해주셨을텐데...
어머니 산소 부근에서 옮겨 와서 그런지 머위를 보면 어머니가 꼭 생각난다.
그래서 집을 짓는다고 했을때 이 머위 걱정이 먼저 났다.
남편이 잊지 않고 옮겨 심어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