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키우기 = 벌레와의 전쟁
아파트에서 화초를 키우는것의 최대 장애물은 벌레이다.
솜깍지벌레, 진딧물, 온실가루이, 응애...
모두 내가 만나본 녀석들이다.
수경에는 벌레가 가장 무서워하는 물이므로 벌레가 못 살것이다라는 생각을
깨뜨려준 솜깍지, 응애는
정성스레 공들여 꾸민 커다란 수반을 완전 장악해서
뒤늦게 발견하여 퇴치하려 하다하다 결국 부레옥잠등 모든 식물들을 버려버리고
목초액을 왕창 들이 부어 놓음으로 수반 폐쇄를 해야했다.
그 응애가 베란다도 없는 거실에서 통풍이 안되니 바로 출몰.
물 속 부레옥잠에까지 기생하고 있었다.
잘 안 보이는 커다란 잎 뒤로 가는 거미줄을 짓고 살고 있어
매일 들여다 보아도 잘 보지 못한듯.
벌레에는 그래도 어지간히 시달려 이골이 난 터라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그냥 짜증만 만땅.....
그리고 잠시후 부레옥잠을 벌레가 물속에서 잠겨 죽을수 있는 시간만큼
손으로 눌러 몸 전체를 잠수 시켰다.
그게 어제 일이다.
춥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작고 귀여운 개체수를 늘리던 기특한 녀석이고
가뜩이나 요즘 조금씩 녹아가는듯해서 안타까운 찰나에 응애라니....
유난히 흐린날이 많은 올 겨울 가끔 만나는 보약같은 햇살로
간신히 명줄을 놓치 않고 있는 물배추들...
응애는 이상하게 얘네는 공격하지 않는다.
서식처가 협소해서 그런가....
양평장에서 산 옥살리스(?).
꽃이 지고 비실거리며 가는 줄기가 보기 싫게 웃자라는듯해서
댕강 잘라주고
잠깐 버려버릴까 하다 처음 보여준 앙증맞고 예쁜 꽃이 아까워
그냥 뒀더니 얼마전부터 하얀 먼지같은것이 눈에 뜨인다.
오늘 보니 그 먼지 알갱이중 하나가 움직이고 있다.
엑~~ 벌레잖아....... 지금까지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허겁지겁 아무 스프레이 공병을 찾아 물에 트리오를 희석해서
냅다 분무해 줬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내일 아침 녀석들의 움직임이 눈에 다시 뜨이면 정말 벌레약을 사러 가야겠다.
벌레가 생기는 화초들은 따로 있다.
올 해 벌레를 발생시킨 녀석은 고구마였다.
해마다 겨울이면 고구마를 물꽂이하는데 덩굴진 잎파리가 멋진 반면에
온실가루이, 진딧물등 벌레가 유난히 잘 발생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올해도 역시 진딧물, 응애등 벌레 발생을 유도하고 장열히 가버린 고구마.
얼른 봄이 와서 거실창을 하루종일 활짝 열어놓고 살았으면 좋겠다.
벌레가 절대 생기는 고구마, 트리안 같은 식물이 있는가 하면
벌레가 절대 생기지 않는 스킨답서스, 제라늄 같은 식물도 있다.
제라늄은 특유의 향기때문인지 절대 벌레가 생기지 않고
어떤 놈은 되레 벌레를 쫓아 낸다는 것도 있다.
꽃도 예쁘고, 번식도 쉽고, 벌레도 생기지 않는 제라늄.
시클라멘과 더불어 겨울에도 화려한 꽃을 보여주는 제라늄은
그래서 많은 추종자가 생겼으리라.
분홍 제라늄 사이에 빨간 제라늄이 고파 엄마네서 가지를 하나 잘라 왔더니
그 다음날 제 존재도 모르는 주인에게 항의하듯 떡하니 핀 빨간 제라늄.
매일 조금씩 더 사랑스러워 진다.